아킬(Archil), 1,100만 달러 시리즈A 투자유치.. “AI가 데이터 기다리는 시간 없애”


AI 추론 서버가 새로 뜰 때마다 벌어지는 일이 있다. 수백 기가바이트짜리 모델 가중치 파일이 아마존 S3에서 로컬 SSD로 내려오고, 다시 DRAM을 거쳐 GPU의 HBM(고대역폭 메모리)으로 옮겨진다. 이 네 단계 이동이 끝나야 비로소 추론이 시작된다. GPU는 그 시간 내내 놀고 있다. 수백만 달러짜리 GPU 클러스터가 데이터를 기다리며 멈추는 것, 이것이 클라우드 AI 인프라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병목이다.

archil ceo - 와우테일

클라우드 파일시스템 스타트업 아킬(Archil)이 이 병목을 정면으로 겨냥하며 시리즈A 라운드에서 1,100만 달러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S3와 GPU 사이의 20년 된 문제

아킬의 창업자 헌터 리스(Hunter Leath)는 AWS에서 9년을 보냈다. 그중 8년은 아마존 일래스틱 파일 시스템(EFS, Elastic File System)의 창립 엔지니어로 저수준 아키텍처를 직접 설계했고, 이후 시니어 프로덕트 매니저로 전략과 기술을 함께 이끌었다. 넷플릭스에서는 초고처리량·저지연 스트리밍 인프라를 위한 클라우드 스토리지 팀을 이끌었다.

그가 수년간 수천 명의 개발자와 일하면서 반복적으로 목격한 문제가 있었다. AI·애널리틱스 팀들은 데이터를 저렴하고 확장 가능한 S3에 저장한다. 그런데 실제 애플리케이션은 로컬 파일시스템에 데이터가 있어야 작동한다. 그 간극을 메우는 방법은 20년째 같다. 수동으로 데이터를 복사하거나, EBS(Elastic Block Store) 같은 블록 스토리지를 미리 크게 잡아두거나. 두 방법 모두 비효율적이다. EBS는 S3 직접 접근보다 90% 비싸고, 용량을 미리 예측해야 하며, 인스턴스 간 공유가 안 된다.

아킬은 기존 S3 버킷을 로컬처럼 마운트되는 파일시스템으로 즉시 변환한다. 코드 변경 없이 마운트 한 번으로 AI 애플리케이션이 페타바이트 규모의 S3 데이터에 바로 접근한다. S3 직접 접근 대비 30배 빠른 속도, EBS 대비 90% 저렴한 비용을 내세운다. POSIX 완전 호환(이름 변경, 추가 쓰기, 잠금 포함)이라 기존 코드가 그대로 동작한다.

AI 인프라 스택에서 아킬의 위치

AI 데이터센터 인프라는 계층 구조로 이해해야 한다. 맨 위에는 GPU 연산 코어, 그 아래에 GPU 패키지에 붙어 있는 HBM, 다시 CPU와 DRAM(시스템 메모리), 그 아래에 NVMe SSD, 맨 아래에 S3 같은 오브젝트 스토리지가 있다. 위로 올라갈수록 속도는 빠르지만 용량이 줄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용량은 크지만 느려진다.

archil memory hierarchy - 와우테일

GPU는 HBM에 있는 데이터만 직접 연산할 수 있다. 모델 가중치와 학습 데이터는 결국 이 경로를 타고 HBM에 올라가야 한다. 계층마다 속도 차이가 수십~수백 배씩 나는데, 특히 S3↔로컬 스토리지 구간이 클라우드 AI의 가장 큰 병목이다. 아킬이 겨냥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이 병목은 AI 발전과 함께 더욱 심화되고 있다. 기존 AI 추론은 질문 하나에 답 하나를 돌려주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였다. 하지만 에이전틱 AI(Agentic AI) 시대로 접어들면서 AI는 파일을 읽고, 중간 결과를 저장하고, 다음 단계에서 다시 불러오는 작업을 반복한다. 아킬이 “AI 애플리케이션은 본질적으로 스테이트풀(stateful)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한 번의 요청으로 끝나지 않고 상태가 쌓이고 이어지는 구조에서는 스토리지 접근이 계속 반복되고, 데이터 이동 병목이 훨씬 크게 드러난다.

에이전트가 파일을 가장 잘 안다

아킬이 에이전트 인프라를 강조하는 데는 따로 이유가 있다. 파일과 폴더라는 인터페이스는 5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그 긴 시간 동안 축적된 코드와 문서가 AI 모델의 학습 데이터 곳곳에 녹아 있다. 대부분의 AI 모델이 파일시스템을 어떻게 다루는지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이다. 에이전트에게 파일시스템은 가장 자연스러운 데이터 인터페이스고, 아킬은 그 인터페이스를 클라우드 규모로 확장한다.

아킬은 이번 발표와 함께 ‘서버리스 실행(Serverless Execution)’ 기능도 공개했다. 파일시스템을 하나의 서비스처럼 다루며 배시(bash) 명령을 SQL처럼 날리면 결과만 돌려주는 방식이다. 스토리지 위에서 직접 연산을 실행하는 구조, 즉 컴퓨트와 스토리지를 결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경쟁 지형 — 규모 vs. 클라우드 네이티브

AI 스토리지 레이어의 경쟁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대형 엔터프라이즈용 고성능 파일시스템과, 클라우드 네이티브 경량 솔루션이다.

위카(WEKA)는 이 시장에서 가장 앞서 있는 스타트업이다. AI 네이티브 데이터 플랫폼을 표방하며 2024년 5월 발로 에쿼티 파트너스(Valor Equity Partners) 주도로 시리즈E 1억 4천만 달러를 유치해 기업가치 16억 달러의 유니콘이 됐다. 누적 조달금 4억 1,500만 달러, 엔비디아·코어위브(CoreWeave)·스태빌리티AI(Stability AI) 등 포춘50 기업 12곳을 고객으로 둔다. GPU 클러스터에 직접 붙는 고성능 파일시스템으로 강점이 있지만, 주로 온프레미스·하이브리드 대형 인프라 환경에 최적화돼 있다.

배스트 데이터(VAST Data)는 더 큰 판을 벌이고 있다. 누적 3억 8천만 달러를 조달했으며, 최근 구글 캐피탈G(CapitalG)와 엔비디아로부터 300억 달러 밸류에이션을 목표로 추가 투자 협의가 보도됐다. 2025년 11월에는 코어위브와 11억 7천만 달러 규모의 상업 계약을 맺으며 GPU 클라우드의 핵심 데이터 플랫폼으로 자리를 굳혔다. 플래시 기반 단일 계층 아키텍처로 AI 파이프라인 전 구간을 커버하지만 그만큼 구축 비용이 높다.

앨룩시오(Alluxio)는 기존 S3 인프라를 유지하면서 그 위에 분산 캐싱 레이어를 얹는 접근을 취한다. 데이터 이동 없이 S3를 가속하는 방식이라 기존 환경에 쉽게 통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등이 참여한 시리즈C 5천만 달러를 2021년에 유치했으며, 로봇 AI 스타트업 다이나 로보틱스(Dyna Robotics)가 앨룩시오 도입 후 파운데이션 모델 학습 성능을 35% 개선한 사례가 있다.

아킬은 이들과 레이어는 겹치지만 접근법이 다르다. 위카나 배스트 데이터가 엔터프라이즈·온프레미스 중심의 대형 인프라를 겨냥한다면, 아킬은 클라우드 네이티브 개발자가 코드 한 줄 바꾸지 않고 바로 쓸 수 있는 경량 솔루션을 파고든다. 특히 에이전트 워크플로우와 서버리스 환경에 특화한 방향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전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고하시길.

시드에서 시리즈A까지

아킬은 2024년 레가타 스토리지(Regatta Storage)라는 이름으로 와이컴비네이터(YC)를 통해 시작해 현재의 이름으로 바꿨다. 2025년 6월 펠리시스(Felicis) 주도로 670만 달러 시드 라운드를 마감했다. 와이컴비네이터, 피크XV(Peak XV), 웨이파인더(Wayfinder), 제너럴 캐털리스트(General Catalyst), 롬바드스트리트 벤처스(Lombardstreet Ventures), 트웬티투 벤처스(Twenty Two Ventures)가 참여했으며 모달랩스(Modal Labs)의 에릭 번하르드손(Erik Bernhardsson) 등 클라우드 인프라 분야 인사들이 앤젤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시리즈A는 스탠다드 캐피털(Standard Capital)이 리드했으며, 와이컴비네이터, 펠리시스, 피크XV 파트너스, 웨이파인더 벤처스가 참여했다. 앤젤 투자자로는 렌더(Render)의 아누라그 고엘(Anurag Goel), 워프스트림(WarpStream)의 리처드 아르툴(Richard Artoul), 앤디 제퍼슨(Andy Jefferson), 안티테시스(Antithesis)와 클레이(Clay)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시드 마감 후 채 1년 만에 이뤄진 투자로 누적 조달금은 1,800만 달러가 됐다. 현재 직원 11명, 샌프란시스코 본사다.

클라우드 데이터 스토리지 시장은 현재 370억 달러 이상 규모로, 2031년에는 2,34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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