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보험사 ‘코기’, 시리즈B 1억 6000만 달러 유치… 유니콘 등극


미국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하다 보면 보험이 의외로 큰 걸림돌이 된다. 법적으로 강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피할 수 없는 두 가지 압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corgi logo - 와우테일

첫 번째는 투자자 압박이다. VC들은 시리즈A 이상에서 이사회가 구성되면 임원 책임 리스크를 이유로 D&O(임원 책임보험) 가입을 투자 조건에 포함시키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고객사 압박이다. B2B SaaS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계약을 맺으려면 상대방 법무팀이 사이버 보험과 Tech E&O(기술 오류·누락 보험) 인증서를 벤더 자격 심사 단계에서 요구한다. SOC 2 인증과 세트로 묶여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요컨대 투자를 받으려 해도, 큰 계약을 따내려 해도 보험 인증서가 필요하다.

문제는 기존 보험사들이 이 수요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전통 보험사의 언더라이팅 모델은 수십 년치 재무 데이터와 안정적 매출을 전제로 설계돼 있다. 설립 2년 된 SaaS 스타트업은 이 모델에서 “데이터 부족 → 고위험”으로 분류되고, 보험료가 과도하게 책정되거나 아예 거절당한다. AI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은 약관에 “AI로 인한 오류는 면책”이라는 조항이 붙는 경우도 흔하다. 속도 문제도 크다. 브로커를 거쳐 언더라이터 심사를 받고 인증서를 발급받기까지 수일에서 수 주가 걸린다. 투자 클로징이나 엔터프라이즈 계약 직전에 보험 인증서가 없어 타이밍을 놓치는 일이 반복됐다.

코기(Corgi)는 이 구조적 마찰을 없애겠다는 목표로 2024년 출범했다. 창업자인 니코 라쿠아(Nico Laqua) CEO와 에밀리 위안(Emily Yuan) COO는 모두 스타트업 창업 경험이 있다. 라쿠아는 월간 활성 사용자 2억 명 이상의 게임 퍼블리셔를 운영한 이력이 있고, 두 사람이 직접 겪은 불편함이 코기의 출발점이 됐다.

코기의 핵심 차별점은 브로커가 아닌 정식 라이선스를 보유한 풀스택 보험사(full-stack carrier)라는 점이다. 미국에서 보험사 라이선스를 취득하려면 각 주(州) 정부의 까다로운 규제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최소 자본금 유지, 지급 준비금 확보, 정기 재무 감사 등이 요구되며 통상 2~3년 이상이 걸리는 과정이다. 코기는 설립 1년여 만인 2025년 7월 정식 캐리어 승인을 받아냈다. 덕분에 언더라이팅부터 정책 관리, 클레임 처리까지 전체 과정을 중간 단계 없이 직접 통제한다. 

스타트업의 성장 단계, ARR, 고객 구성, 서비스 유형 같은 데이터로 리스크를 산정하는 AI 언더라이팅 모델을 자체 구축했고, 그 결과 10분 내 견적 제공과 당일 인증서 발급이 가능해졌다. 성장 단계에 따라 D&O, Tech E&O, 사이버 보험, CGL(영업 배상 책임보험), AI 책임보험 등을 모듈 방식으로 추가·조정할 수 있어, 프리시드에서 시리즈B 이상으로 성장하더라도 재계약 없이 커버리지를 확장할 수 있다. 현재 49개 주에서 4만 곳 이상의 스타트업이 코기를 이용 중이며, 이탈률은 1% 미만이다. Sacra 추정 기준 2025년 12월 ARR은 4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이번 시리즈B에서 1억 6000만 달러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TCV(Technology Crossover Ventures)가 라운드를 주도했고, 기존 투자자인 킨드레드 벤처스(Kindred Ventures), 올리버 융(Oliver Jung), 레블론 캐피털(Leblon Capital)이 추가 참여했다. 리핏 VC(Repeat VC), 오데오 벤처스(Audeo Ventures), 쿼드리 벤처스(Quadri Ventures), 마이오라 벤처스(Maiora Ventures), 노드스타(Nordstar), 글로벌 그로스 펀드(Global Growth Fund) 등이 신규로 합류했다. 기업가치는 13억 달러로,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지난 1월 시드·시리즈A로 조달한 1억 800만 달러를 합산한 누적 조달액은 2억 68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조달 자금은 스타트업 보험 상품 확장, 유통 채널 다각화, AI 시스템 고도화에 투입된다. 코기는 스타트업 보험에 그치지 않고 트럭킹(trucking), 급여 관리(payroll), 소기업 보험 등 전통 보험사들이 오랫동안 디지털화하지 못한 버티컬로 진출할 계획이다. 위안 COO는 보험이 세계 최대 산업 중 하나임에도 여전히 수백 년 전 인프라 위에서 돌아간다며, 가장 어려운 실물 경제 워크플로를 자동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경쟁사로는 바우치(Vouch)가 가장 유사한 포지셔닝을 갖고 있다. 스타트업 전문 보험사로 출발해 코기처럼 MGA에서 정식 캐리어로 전환을 시도했지만, 최근 캐리어 사업부인 Corix를 히스콕스(Hiscox)에 매각하는 등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코기가 풀스택 캐리어 모델을 더 강화하는 방향과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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