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창사 이래 첫 외부 투자… 기업가치 450억 달러 협상 중


2025년 1월,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공개한 추론 모델 R1은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훈련 비용은 단 600만 달러. 같은 수준의 성능을 내는 오픈AI(OpenAI)나 앤트로픽(Anthropic) 모델의 훈련 비용이 수억 달러에 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AI 인프라에 수백조 원을 쏟아붓던 미국 빅테크의 전략 자체가 흔들렸다. 엔비디아(Nvidia) 주가는 단 하루 만에 시가총액 6,000억 달러가 증발했다.

Deepseek funding - 와우테일

그 딥시크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부 투자를 받는다.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와 블룸버그(Bloomberg)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딥시크는 현재 첫 벤처 투자 유치 협상을 진행 중이며 기업가치는 450억 달러(약 65조 원) 수준이 거론되고 있다. 불과 몇 주 만에 200억 달러(약 29조 원)에서 두 배 이상으로 뛴 것이다.

헤지펀드 창업자가 만든 AI 연구소

딥시크는 중국 헤지펀드 하이플라이어(High-Flyer, 幻方量化)의 창업자 량원펑(梁文峰)이 2023년 7월 설립했다. 저장대학교(浙江大學)에서 전자통신공학을 전공한 량원펑은 졸업 후 곧바로 퀀트 투자의 세계에 뛰어들어 2015년 하이플라이어를 공동 창업했다. 하이플라이어는 AI 기반 알고리즘 트레이딩으로 2021년 운용자산 100억 위안(약 14조 원)을 돌파하며 중국 퀀트 펀드 업계의 강자로 떠올랐다.

량원펑은 AI의 미래를 일찌감치 내다봤다. 미국이 대중국 AI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기 전인 2021년, 엔비디아 A100 GPU 1만 개를 선제적으로 확보했다. 그리고 2023년, 퀀트 투자와 무관한 AGI(범용인공지능) 연구를 위해 딥시크를 독립 법인으로 분사했다. 그는 “중국에 부족한 건 자본이 아니라 첨단 기술 개발에 도전하는 자신감과 인재 조직 능력”이라고 말했다.

딥시크는 창립 이후 단 한 번도 외부 투자를 받지 않았다. 벤처캐피털들이 빠른 투자 회수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투자를 꺼렸고, 하이플라이어의 자금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현재 량원펑은 하이플라이어를 통해 딥시크 지분의 약 90%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갑자기 외부 자금을 유치하려는 이유는 인재 유출 방지다. 경쟁사들이 딥시크 연구원들을 공격적으로 스카우트하자, 량원펑은 직원들에게 회사 주식을 부여하기 위해 기업가치를 확정할 필요가 생겼다고 FT는 전했다.

기업가치 상승 속도는 이례적이다. 4월 18일 디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이 “최소 3억 달러 이상, 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을 협상 중이라고 처음 보도했다. 나흘 뒤인 4월 22일,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투자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업가치는 곧바로 200억 달러 이상으로 올라섰다. 그리고 5월 6일 빅펀드 주도 협상이 알려지자 450억 달러로 치솟았다. 약 3주 만에 기업가치가 네 배 이상 뛴 셈이다.

중국 국가 반도체 펀드가 주도

이번 투자 라운드를 이끄는 곳은 중국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中國集成電路產業投資基金), 흔히 ‘빅펀드(Big Fund)’로 불리는 중국 최대 국가 반도체 투자 기관이다. 그동안 SMIC, YMTC 등 중국 반도체 기업들을 지원해온 빅펀드가 LLM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텐센트(Tencent)와 알리바바(Alibaba)도 참여 협상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배경은 단순히 수익 추구가 아니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로 엔비디아 최신 칩 구매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중국은 자국 기술로 미국 AI를 대체할 국가 전략이 필요하다. 딥시크의 V4 모델은 화웨이(Huawei)의 어센드(Ascend) 칩으로 학습됐다. 딥시크와 화웨이의 결합은 중국이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 핵심 조합으로 꼽힌다. 빅펀드의 참여는 딥시크가 단순한 스타트업을 넘어 ‘국가 AI 챔피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R1 충격, 그리고 V4

딥시크의 성장 궤적은 가파르다. 2025년 1월 공개한 R1 모델은 추론 성능이 오픈AI의 o1과 비견되면서 “AI 스푸트니크 모멘트”로 불렸다. 이후에도 딥시크는 꾸준히 모델을 업데이트해왔고, 2026년 4월 24일에는 차세대 모델 V4를 프리뷰로 공개했다.

V4는 프로(Pro)와 플래시(Flash) 두 가지 버전으로 나뉜다. V4-Pro는 총 파라미터 1.6조 개, 활성 파라미터 490억 개의 MoE(혼합 전문가) 아키텍처를 채택했고, 최대 100만 토큰의 컨텍스트 창을 지원한다. 코딩 벤치마크에서 GPT-5.5를 앞서고, 실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과제 테스트인 SWE-bench에서 80.6%의 정확도를 기록해 클로드 오퍼스(Claude Opus) 4.7(80.8%)과 거의 동등한 수준이다. 가격은 프론티어 모델 가운데 가장 저렴한 축에 속한다.

모델 가중치는 MIT 라이선스로 허깅페이스(Hugging Face)에 공개돼 있어 누구든 무료로 활용할 수 있다.

딥시크는 이번 투자 협상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라운드의 최종 구조나 참여 투자사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불과 몇 주 만에 기업가치가 200억 달러에서 450억 달러로 두 배 이상 치솟은 흐름은, 국제 AI 패권 경쟁에서 딥시크가 차지하는 전략적 위치를 그대로 보여준다.

기사 공유하기

답글 남기기